우영이형이 시즌 2에서 고른 4장의 사진과 그림
(그림 by 아용)
[우영이형]
시즌2의 책장을 덮으면서 간밤,
그간의 동선을 사진으로 다시 따라가 봤습니다.
비내리던 램콜하스의 미술관 부터 의암호에 내려앉은 붉은 벽돌까지
모든곳 모든 장면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각잡고 쓰던 건축학교의 후기처럼
시즌2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는지
모두에게 어떤 시간이었기를 바라는지
정리하려고 했습니다.
노트북을 여는 순간 알았습니다.
남겨둔 향긋한 술한잔 (알콜 15도의 중국술이라니 처음보는) 때문이었을수도요.
모두에 대한 감사의 글로 시작해서 끝나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술관 마당의 소화전도 처음보는 장면이었고
김중업박물관의 사진 한장도 그날 내게는 처음이었습니다.
숱하게 가본 종묘가 그렇게 새롭게 다가오다니요.
미메시스 뮤지엄보다 장욱진 미술관에서 더 흥분하던 모두의 모습은
여전히 놀랍습니다.
갑자기 소환된 전혜린은
개항장의 새벽거리를
오도카니 걷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죠.
광화문의 맛집에 묻힌 (맛집 탐방을 시즌3로 할까 싶을 만큼)
오동 숲속 도서관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건축학교 시즌2]는 공간이 얼마나 많은 감정을 혼자 숨기고 있는지
나에게 알려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관계를 맺는다는 일에 대해
어떤이는 오랜 시간 덕분이라고 하고
(이별이 힘든것도 그때문일지도요)
어떤이는 요동치는 심장 덕분이라고도 합니다.
내게 시즌2는 그동안 숱하게 만났지만 여전히 보지 못하고
알아채지 못했던 공간의 많은 감정들을 알려 주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관계를 맺는 것처럼
공간과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매한가지 일 것입니다.
모두의 덕분입니다.
눈내린 종묘와 은행잎 가득 떨어진 어린이회관은
우리에게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 줄까요.
그런 새로운 기대를 갖는다면,
그렇게 다시 가보고 싶다면
이번 [건축학교 시즌2]는 성공일 것입니다.
[꽃이피다]
건축학교는 유형의 것을 보면서 무형의 그 무엇들을 사유하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우형이형의 글을 읽으니 더욱 그런생각이 드네요 ㅎㅎ
시즌3은
시즌 1, 2에서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진행 해보면 어떨까요?
8-12월 월 1회 진행으로 그동안의 장소를 투표로 5곳 정하는거죠.
그냥 저의 생각이니 더 좋은 의견 마니마니 주세요~~~
[아녜스] 우리가 완성중인 현재진행형
저도 우영이형처럼 램콜하우스에서 춘천 어린이회관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제 마음에 담았던 모든 기억을 꺼내서 종합정리 회고를 하려고 했는데 기억은 벌써 희미해져서 꾹꾹 눌러 담기 어려워졌네요. 한번 방문만으로 공간을 내것으로 만드는 것은 큰 욕심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영이형의 시선과 가슴을 따라간 공간 건축가들과의 교감, 참 진실된 마음으로 무장해제 시켜준 우영이형의 진심에 감사함을 전해요. 그 시간만큼은 모든 근심 걱정 다 내던지고 순수한 아이의 마음으로 하나가 되었던 것 같아요. [마음만은 건축주]에 나온 얘기처럼, 공간은 내가 완성하는 거구나, 실제로 경험을 했습니다. 우리가 모든 감각으로 그 공간을 지금도 완성에 가는 중이구나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비내리는 렘콜하우스. 시즌2의 깊고 단단한 시작을 알리듯이 건물을 한 발 한 발 우산을 들고 외곽부터 맹렬히 공략해갔죠. 공간을 짓는 사람과 경험하는 사람, 주체도 객체도, 건물도 사람도,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시간의 기록을 담은 김중업 건축박물관은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전한 메시지의 기록, 그래서 사람의 기록이었죠. 하나씩 하나씩 홀씨가 되어 프랑스로부터 멀리 한국까지 와서 떨어져 있었네요. 그 기록은 우영이형이라는 사람의 시선과 매개체를 통해, 그 공간을 느끼는 우리를 통해, 여전히 진행중이었습니다.
80평 남짓한 오동 숲속도서관, 숲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숲과 하나된 쉼터, 빛이 환한 공간, 그래서 숲과 하나가 된 내부, 그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회랑의 이야기. 달팽이텃밭 생각이 많이 났던 날입니다. 아름다운 꿈을 꾸기 참 좋은 공간이었어요.
미메시스 미술관에서는 굴곡과 하늘을 보았습니다. “압도적인 하늘 공간이란 이런 거야”라고 말해 주던 곳입니다.
종묘, 그 단정함. 봄에 갔는데 저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가지런히 눈덮힌 종묘에 친구들과 이미 와있습니다. 누구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는 보지 못했지만, “여기 있었다, 여기 묻혔다, 여기 기록했다”가 아니라 ‘존재함’, 지금 여기 존재함. 꽉 채워진 여백.
시간여행을 하고 돌아온 기억으로 남는 인천 개항장. 내 나라 역사의 일부를 보고 걸었는데 내 몸에 채워진 기억.
장욱진 미술관은 가장 선명하고도 여운이 길게 남는 곳입니다. “어느 한 곳에 서면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정지 된 채 끝도 없이 머무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공간이 단절 된 듯 이어지고 막힌 듯 뚫려있는, 그러니까 모든 경계를 없앤, 우영이형이 추구하는 경계없는 건축, 나 이렇게 좋아했네.
내가 한 곳을 응시 할 때, 한 곳을 난간에 기대었을 때, 창문을 올려다 볼 때 내려다 볼 때, 계단을 걸을 때 내려다 볼 때, 모든 공용 공간들, 언제나 지나치거나 기능적이거나 숨겨야 하는 공간들이 여기서는 심장이 되어있다.
중심이 없는, 도처를 살아있게 만드는 매개체. 계단실, 비어있는 공간, 건너가는 공간이 이 전체를 하나로 만들었다. 돌아서면 멈추게 되고 돌아서면 멈추게 되는 그런 공간. 응시할수록 압도되지 않고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공간. 건축물이 나를 압도 하지 않고 장욱진 화가의 세계를 더 상상하게 만드는 그런 공간.” (적었던 후기의 일부)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춘천 여행은 키는 낮고 사방으로 뚫려있는, 반듯한 네모 박스 하나 없는 모습이 꼭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어린이회관이었습니다. 그리고 꽃이피다의 단호박찜을 먹으며 8번의 기억을 돌아보던 독립책방에서의 우리. 우리는 어리버리 다음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지만 우영이형은 이미 어떤 곳을 향하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 다음이 있다면, 저는 눈오는 종묘, 어느 날이든 좋을 장욱진 미술관, 그리고 우영이형이 설계한 건축물(아마도 사당동의 그곳이 노닥노닥 거닐기 좋지 않을까)을 다시, 또 새롭게 가보고 싶습니다. 꼭꼭 씹어서 여러번 읽는 책처럼, 공간도 그렇게 알아가는 것이라고, 우리가 그 공간을 지금 꽉 채우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공간은 살아있다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영이형의 ‘걷는 자유’를 많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