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은 건축주

장욱진 미술관

날짜
2025/06/28
활동
댄비건축학교
장욱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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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녜스 후기]
매번 감동 기록 갱신을 외치다가 오늘은 그 절정에 이르렀다. ”심지어 지붕도 틀어져 있어!“ 내부를 다 보고 걸어 나온 뒷마당에서 미술관 외관을 바라보며 지니가 외쳤다. 이 미술관에는 단 한 곳도 네모 반듯하게 예상되거나 뻔한 곳은 없었다. 일부러 작품이 되라고 뒤틀어놓은 것이 아니라 모든 곳에 이유가 있었다. 굽이굽이 돌아서면 새로운 창과 복도와 각도와 선들의 분할이 이어졌다. 어느 한 곳에 서면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정지 된 채 끝도 없이 머무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공간이 단절 된 듯 이어지고 막힌 듯 뚫려있는, 그러니까 모든 경계를 없앤, 우영이형이 추구하는 경계없는 건축, 나 이렇게 좋아했네. 내가 한 곳을 응시 할 때, 한 곳을 난간에 기대었을 때, 창문을 올려다 볼 때 내려다 볼 때, 계단을 걸을 때 내려다 볼 때, 모든 공용 공간들, 언제나 지나치거나 기능적이거나 숨겨야 하는 공간들이 여기서는 심장이 되어있다. 중심이 없는, 도처를 살아있게 만드는 매개체. 계단실, 비어있는 공간, 건너가는 공간이 이 전체를 하나로 만들었다. 돌아서면 멈추게 되고 돌아서면 멈추게 되는 그런 공간. 응시 할수록 압도되지 않고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공간. 건축물이 나를 압도 하지 않고 장욱진 화가의 세계를 더 상상하게 만드는 그런 공간. 액자 속 그림 속에 내가 들어있는 그런 상상. 개인적으로는 내가 그렇게 감탄 했던 미메시스 박물관과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 오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이토록 유명한 미술관에 외장재는 이삿짐을 나를 때 흔히 쓰는 그런 소재로 만들어졌다니, 밖에서 본 미술관의 외관은 영락없는 오두막이었다. 장욱진의 그림처럼. 그러나 세상에서 어쩌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런 오두막. 마지막 깜짝 발견은 모든 코스를 다 마친 뒤 걸어간 뒷마당/정원에서 일어났다. 이 잔디 바닥은 왜 이렇게 비스듬한 걸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우리 단체 사진을 찍어 준 분이, ”주차장도 가보세요 거기도 작품이 있어요.“ 한다. 무슨 말이지? 잔디밭이 평평하지 않은 이유가 거기 있었다. 관리실처럼 보이는 공간이 사선으로 올라온 램프 아래 숨겨져 있었다. 거기 주차관리와 공간 청소를 맡고 계신 분이 두평짜리 벽면 가득하게 자신의 그림을 빼곡히 전시해놓은 것이 아닌가. 세상 평범하고 소박한 이 두평짜리 관리실(?)을 보며 언제나 자신만만하던 우영이형이 입술을 깨물었다. 주차장 관리실, 이 디테일이 준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던 즐거움이란!ㅎㅎ 그의 애정과 열정, 다른 건축가에게 보내는 존중을 볼 수 있는 귀한 장면이었달까
주차관리실의 작가님이 알려준대로 눈오는 겨울에 꼭 다시 오리라. 행복한 마뮤리는 꼭 다시 찾고 싶은 식당 전원일기에서 나물반찬, 갈치조림, 더덕구이, 솥밥 누룽지와 함께 이제 이번 시즌 단 한번의 건축기행을 남겨두고 있다. 대망의 춘천행.
[댄비 후기]
[댄비건축학교] 동무들과 함께, 장욱진미술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건물의 외형과 재질 건물 안의 각도와 계단의 방향 창의 위치와 크기 땅의 기울기 조차
내가 남보다 조금 더 낫고, 또 더 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인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것은 한 화가가 오랫동안 품고 바라본 사랑과 다툼, 정감, 소박한 삶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두 건축가는 다시 —— 화가의 삶을 응시하고, 바라보고, 생각하고, 다시 깊이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발견과 희열을 얻고, 다시 겸손해졌습니다.
기울어진 잔디땅을 지나치던 부부가 “저기 가보세요, 저기 땅이 기울어져 높이 솟은 저기 밑에, 여기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그린, 그림이 있어요, 너무 잘 그린” 하고 외쳤습니다.
장욱진 화가, 부부 건축가인 최성희 씨와 로랑 페레이라, 잔디땅 밑에서 일하고 있는 이웅재 씨, 사진 찍어준 부부가, 작은 집들을 연결해 준,
장욱진미술관의 하루였습니다.
2025.6.28. 댄비
[우영이형 후기]
이쯤되면 장욱진미술재단에 보내줘야 하는글 아닌가 싶군요 미메시스를 본지 얼마 아니어서 내심 시시해보일려나 걱정했는데 이런반응이라니요 ^^ 건축학교 동무들의 시선이 마음 뿌듯합니다
저는 한동안 경사진 언덕, 그 하부의 주차관리실을 목도한 충격의 후폭풍에 ^^;; "재수없어!!!! 이토록 진심을 다해 설계할 일이라니" 지금껏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이걸 못봤다니요 아니 영영 보지못할 장면이었지요 감사한 마음과 조급한 마음이 중첩되어 더해가는 휴일입니다
이번 건축학교 단한장의 사진은 누구나 의심없는 이 장면! 미술관을 나와서 언덕위에서 본! 그렇겠죠? ^^